이따금씩 엄마가 남자친구에 관해 물어보곤 한다. 지금껏 남자친구의 존재를 짐작으로는 알고 있었어도 그 이상의 관심은 갖지 않았던 엄마였지만, 남자친구가 나와 같은 직업을 갖게 된 것을 계기로 그의 존재를 내 입으로 밝히고 나서부터는 조금씩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것들을 질문하곤 한다. 질문이라고 해도 '참, 그러고보니 걔는' 하고 문득 궁금해진 것을 물어보는 정도지만.
그러나 그런 관심에 무색케도, 나와 남자친구는 지금 일종의 조정 기간을 갖고 있다. 내 머릿속은 전에없이 복잡하다. 어떤 웹툰의 대사처럼 10분 생각하나 며칠 생각하나 어차피 결론은 헤어지냐 마느냐 둘 중 하나일 뿐인데도 그 하나를 선택하기가 너무 힘들다. 보통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라고들 하지만 지금의 판단으로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언젠가는 후회할 것 같다. 후회가 없을 수는 없는 일이니 그럼 다른 무엇보다 내 마음이 가는 쪽을 선택하라 한다면- 사실은 그게 가장 문제다. 내 마음은 어느 구석에 홀로 처박혀 있는지 이런 상황에서도 고개 한번 들지 않고 침잠한 채이다.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불러도 쳐다보지 않는다. 그나마 일에 여유가 있을 때, 더 바빠지기 전에 생각하는 게 좋다고 암만 설득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도 내가 답답하다. 밖에서도 집에서도 잘 사귀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데 정작 내 속은 그렇지 않으니까. 심지어 방금 전엔 남자친구의 사랑한다는 인사에 무심코 나도 사랑한다고 대답해버렸다. 말해놓고 나서야 어, 내가 방금 뭐라고 한 건가 싶더라. 그게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으면 나는 복잡해지기를 멈출 수 있지 않았을까.. 남자친구는 그게 습관에서 나온 말이라도 기쁘다고 했다. 나라면 안 그럴 것 같은데.
열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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